원래 장비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다. 마우스는 오래 쓴 걸 그대로 썼고, 키보드도 사무실에서 굴러다니던 걸 집으로 가져온 거였다. 그러다 올여름에 오른쪽 손목이 계속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게임을 오래 한 날은 특히 심했다.
핑계 삼아 마우스와 키보드를 한꺼번에 바꿨다. 한 달 정도 썼으니 후기를 남겨본다. 제품명이나 스펙은 일부러 안 적는다. 내 손에 맞았다고 남에게도 맞는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마우스부터 바꾼 이유
문제는 마우스였다. 예전 마우스는 크기가 내 손보다 작았다. 손가락을 구부려서 쥐게 되니까 손목에 힘이 계속 들어갔다. 새로 산 건 한 치수 크고 살짝 더 무거운 모델이다.
처음 사흘은 어색했다. 조준이 자꾸 빗나갔고, 무게 때문에 휘두르는 느낌이 달랐다. 감도를 몇 번이나 다시 맞췄다.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자 손이 편해졌다. 손바닥 전체로 받치는 느낌이 있어서 힘을 빼도 마우스가 안정적이었다. 손목 통증은 이주쯤 뒤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
키보드는 소리가 달랐다
키보드는 이번에 처음으로 축을 직접 골라봤다. 이전에는 그냥 눌리는 대로 썼는데, 매장에서 이것저것 눌러보니 내가 부드러운 쪽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눌리는 깊이가 얕고 소리가 낮은 쪽이다.
타이핑 소리가 낮아진 건 의외로 큰 변화였다. 밤에 게임하면서 소리를 신경 쓰지 않게 됐다. 가족이 자는 시간에도 눈치가 덜 보인다. 게임 성능보다 이 부분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게임에 도움이 됐나
솔직히 말하면 실력이 오르지는 않았다. 장비 바꾼다고 점수가 오르면 다들 그렇게 했을 거다. 달라진 건 오래 해도 덜 피곤하다는 점이다. 세 시간쯤 하고 나면 예전에는 손목과 어깨가 굳었는데, 이제는 좀 낫다.
그리고 심리적인 효과도 있었다. 새 장비라 괜히 더 집중하게 된다. 이게 플라시보인지 진짜 효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기분이 좋으면 플레이도 덜 거칠어지니까 나쁘진 않다.
아쉬웠던 점
- 키보드 길이가 길어서 마우스 쓸 공간이 줄었다. 책상을 조금 정리해야 했다.
- 마우스가 무거워서 장시간 빠른 휘두름을 하면 오히려 힘이 든다.
- 처음 일주일 동안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랭크를 돌리면 손해다.
정리
장비는 스펙보다 내 손과 내 자세가 먼저라는 걸 배웠다. 비싼 걸 사면 좋겠지만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가능하면 직접 만져보고 사는 걸 추천한다.
손목은 아직 완전히 괜찮지는 않다. 장비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라서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시작했다. 그건 다음에 따로 적어볼 생각이다.
책상 환경도 같이 손봤다
장비를 바꾸고 나니 책상 높이와 의자도 눈에 들어왔다. 키보드가 높으면 손목이 꺾인다는 걸 이번에야 제대로 알았다. 손목 받침대를 하나 놓고, 모니터 높이도 조금 올렸다. 합쳐서 큰돈이 들지 않았는데 체감은 마우스 교체와 비슷했다.
한 가지 팁이라면, 바꾸기 전에 지금 자세를 사진으로 찍어보라는 거다. 옆모습을 찍어보면 어깨가 말려 있고 팔꿈치가 들려 있는 게 한눈에 보인다. 나는 사진을 보고 한참 말이 없었다.
지금의 결론
한 달 쓰고 나서 이전 장비로 돌아갈 마음은 없다. 다만 다음에 또 바꾸게 된다면 그때는 몇 달 더 신중하게 알아보고 살 생각이다. 지금 쓰는 조합이 평생 갈 것 같지도 않고, 손이 바뀌면 취향도 바뀔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