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에 친구 셋이 우리 집에 모였다. 이유는 하나였다. 그날이 결승전이었다. 원래는 각자 집에서 보고 채팅으로 떠들려고 했는데, 누가 “그냥 모여서 보자”고 한 뒤로 일이 커졌다.
결과부터 말하면, 경기 내용보다 같이 본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준비는 생각보다 거창했다
거실 TV에 노트북을 연결하고, 치킨 두 마리와 맥주, 그리고 누군가 가져온 과자를 한 상 차렸다. 한 명은 일부러 응원할 팀을 정해왔다. 이유가 웃겼다. 그 팀의 로고 색깔이 마음에 든다는 거였다. 나머지는 경기 보다가 마음 가는 쪽을 응원하기로 했다.
사실 나는 혼자 볼 때 진지한 편이다. 해설을 다 듣고, 한 세트가 끝나면 흐름을 혼자 정리한다. 근데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다. 교전이 터지면 소리부터 지르고, 지나간 장면을 두고 십 분씩 논쟁했다. 처음엔 좀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같이 보면 경기가 다르게 보인다
신기한 건 질문이 많아진다는 거였다. 게임을 잘 모르는 친구가 “저거 왜 안 싸우고 돌아가?” 하고 물으면 내가 설명을 해야 한다. 설명하려면 내가 먼저 이해해야 한다. 평소에는 그냥 넘기던 장면을 말로 풀어보니까 오히려 내 이해가 선명해졌다.
반대로 나보다 잘 아는 친구는 내가 놓친 걸 짚어줬다. 저 장면에서 시선이 어디에 있었는지, 왜 그 타이밍에 물러났는지. 같은 화면을 보는데 각자 보는 곳이 달랐다. 이게 같이 보는 재미구나 싶었다.
승부가 갈리던 마지막 세트
마지막 세트는 정말 팽팽했다. 모두 말이 없어졌다. 치킨을 집던 손이 멈췄고, 누가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다가 다시 앉았다. 큰 교전이 한 번 끝났을 때는 거의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옆집에서 항의가 올까 걱정될 정도였다.
결과는 우리가 응원하던 쪽이 이겼다. 로고 색깔로 정한 친구는 거의 우승이라도 한 듯 좋아했다. 나머지는 웃으면서 그 친구를 놀렸다. 이긴 팀 때문이 아니라 그 친구가 기뻐하는 모습 때문에 웃은 거였다.
끝나고 남은 것
경기가 끝나고도 한참 앉아 있었다. 자정이 넘도록 올해 시즌에 대한 얘기, 각자 요즘 하는 게임 얘기, 아무 말이나 했다. 치킨은 진작에 바닥났고 맥주 캔만 쌓여 있었다.
혼자 보는 경기는 정보를 얻는 시간이고, 같이 보는 경기는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라고 느꼈다. 둘 다 좋은데 요즘은 후자가 부족했다. 바빠서 핑계를 댔는데, 사실 모이자고 말을 꺼내는 게 귀찮았던 것뿐이었다.
다음 큰 경기 때도 모이기로 했다. 이번엔 내가 먼저 단톡방에 날짜를 던졌다. 치킨은 각자 한 마리씩 사 오는 걸로.
덧붙이는 사소한 것들
그날 의외로 제일 웃겼던 건 하프타임 같은 쉬는 시간이었다. 경기 사이에 광고가 나오면 다들 폰을 보다가, 누가 “우리 이거 예측해보자”고 했다. 다음 세트 선택이 어떻게 될지 각자 걸었다. 내기라고 해봐야 다음 번 치킨값이었다. 나는 두 번 다 틀렸다.
또 하나는 소리였다. 현장 함성이 TV 스피커로 들어오는데, 우리 거실도 덩달아 같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있다. 혼자 볼 때는 이어폰으로 해설을 듣다 보니 몰랐던 분위기다. 응원이라는 게 이런 맛이구나 싶었다.
돌아가는 친구들을 배웅하고 혼자 치우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빈 캔을 모으면서 아직 귓가에 남은 소리를 곱씹었다. 이런 날이 일 년에 몇 번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